황금동의 못안과 봉천
손홍량 어른이 죽은지 450년 쯤 '못안'과 뒷산너머 '봉천'에 이런 전설이 전하고 있다. 이곳 손씨 집안 어른 중에 손아무개라는 어른이 살았는데, 늦게사 아들 하나를 얻었다. 이 아들이 나이가 차서 장가를 보내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로 색시감을 구하러 다니다가 마침내 뒷산너머 마을에 예쁜 딸을 가진 김아무개라는 집안을 찾았다.
그래서 사주단자를 주고받고 혼례날짜를 잡고 분답스럽게 혼례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혼례식을 올리기도 전에 마을에서는 수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색시감은 김아무개의 셋째 딸인데, 일찍부터 낫지 못하는 병에 걸려서 오늘 내일을 기다린다는 소문이 났다. 그래서 손아무개는 부랴부랴 사람을 보내서 수소문을 해 보니 그 소문대로였다.
분답스럽게 혼례준비를 하고 있던 식구들이 그만 장가 보내는 것을 그만둔다고 색씨집에 파혼 통지를 보냈다. 장가 간다고 들떠 있던 아들은 그만 앓아 눕고야 말았다. 손씨 집에서는 늦게 자식을 얻어서 혼례를 치를려고 하던 것이 이 무슨 날벼락이냐고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편 뒷산 너머 색씨 집안에도 큰 일이 났다. 혼례만은 치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지경이 되고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온갖 정성을 다 들여 가지고 키운 딸 자식을 고이 키워 시집보내려고 하는데 일이 이 지경으로 되고 보니 하늘만 보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이 때부터 터졌다. 색시감을 비록 보지 못했어도 파혼 후로 늘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병이 든 아들이 몸져 누워 있다가 그만 마을 앞 못에 빠져 죽고야 말았다. 그 후에 마을 사람들은 못에 빠져 죽은 손씨 아들을 위해 못가 느티나무 아래에서 굿을 해주었다. 그래서 동네 이름을 못안이라고 했다.
아들이 죽은 후 그 못은 온통 흙탕물로 변해 있었는데, 굿을 해주고 나니 못물이 아주 깨끗해졌다고 한다. 이래서 '못안'을 청호(淸湖)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한편, 파혼 당한 김처녀는 신랑 될 사람이 못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자신도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서글프게 울다가 그녀도 또한 못에 빠져 죽었다.
혼례못한 처녀가 하늘을 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 죽었다고 해서 '하늘을 우러르다'란 의미로 마을 이름은 이 못과 함께하여 봉천(奉天)이라고 했다는 것이다.